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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글또 9기

[글또 9기] 삶의 지도

by pilgyeong 2023. 11. 20.

올해 봄바람 스칠 때부터 기다려온 '글또 9기' 지원 공지를 읽다가 뭔가 특이한 미션을 봤습니다.

 

글또 9기 모집 글 중 발췌
 

 

언젠가 한 번 내 삶을 돌아봐야지 그리고 글로 적어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던 참에, 한 번 써보기로 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실마리가 있다면 이따금씩 생각했던 지난날의 저를 돌아보며 생각했던 게 있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길을 잃고 시간을 흘려보내온 사람, 좋게 말하면 밀도가 높은 치열한 시간을 지나온 사람"

 

 


 

 

공부가 지루했던 프로게이머 지망생

 

중/고등학생 때는 공부가 아닌 게임에 집중하며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던 학생이었습니다. 첫 게임은 공부나 학교생활이 지루했고 재미없어서 시작했고, 여러 게임(크레이지 아케이드, 카트라이더, 스페셜포스... 이렇게 하니까 나이를 말한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을 거쳐오며 스타크래프트에 정착했습니다.

 

아마도, 전략적 판단으로 나의 제국을 운영하는 재미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처음 뚜렷한 목표가 생겼고, 결국 프로팀 입단까지 했었습니다. 물론, 입단 며칠 만에 게임 자체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나이에 한 분야에서 프로의 세계를 맛봤다는 것은 나름대로 귀한 경험이었고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대학 가기 위한 재수생

 

고등학교 3학년 여름 즈음에 대학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게임을 그만둔 이후로 뚜렷한 목표도 없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기 때문에 일단 대학교에 진학해 보자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게 재수생의 길까지 갔습니다.

 

꽤나 힘들었습니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고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쏟아부어, 간신히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결국인 서울 4년제 컴퓨터공학부에 진학했습니다.

 

나름대로 적당한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괜찮은 추억 정도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솔직히 그 당시엔 너무 힘들었습니다.

 

 


 

적성에 맞는지 모르겠고 일단 군대로

 

일단 성적에 맞춰서 컴퓨터공학부에 진학했지만, 뭔가 적성이 잘 맞지도 않은 것 같았습니다. 왜 에러는 나고, 왜 에러는 해결되고... 잘 모르겠었습니다.

 

사실 재수 끝난 날부터 군대 입대까지 하루도 안 취한 날이 없었기 때문에, 대학 공부가 응가인지 된장인지도 모르던 시기였습니다.

 

첫 학기를 마친 여름에 군대 가던 중/고등학교 친구들을 보고, 나도 빨리 군대에 가야겠다!라고 생각해서 지원부터 입대까지 두 달이면 된다는 해병대에 입대했습니다.

 

 


 

복학 후 컴퓨터와 경제 공부, 그리고 장사

 

전역한 후에는 흔한 복학생의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컴퓨터공학 전공도 열심히 공부했고, 투자/경제에 관심이 생기면서 경제학과를 복수 전공했습니다. 결국, 컴퓨터공학 + 경제학과 학우가 되었습니다.

 

학교 다니면서 밤에는 옷 장사를 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동대문에서 원단을 공수해서 생산공장에 넘기고, 원하는 디자인의 옷을 뽑아 판매하는 옷 장사를 했습니다.

 

또 학교 다니면서 어떨 때는 음식 장사를 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중식을 만들어 파는 매장을 운영했었습니다. 다양한 고객(진상손놈 포함)을 만났고, 사람들의 선호를 파악하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상권분석 하는 것도 재밌었고요. 특히, 상권분석 하던 일은 지금의 부동산 임장 활동과도 꽤 맞닿아 있긴 합니다. 재밌거든요.

 

낮에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사업이나 장사를 하고, 하루하루가 바쁘게 흘러갔지만 정말 재밌었습니다. 사업이 잘 되면 좋잖아요? 그러면서 접하던 공무원, 그리고 그들이 입안한 정책을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고객의 만족을 위해 규정과 레시피를 만들고 서비스하면서 운영하던 사업장을 이끌어 가는 것이 국민의 행복을 위해 법령과 정책을 만들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회를 이끌어 가는 것과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바로 이거다!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 사회 변화를 정책과 제도로 이끌어 가보겠다!"라고 시작한 게 행정고시 생활이었습니다. 옳다고 생각하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고, 마침 사업장을 운영하는 것에도 큰 재미를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흔한 고시촌의 고시생

 

약 1년 반 정도 휴학을 하고, 고시촌에 들어가 행정고시를 공부했습니다. 기술직도 아니고 그냥 재경직을 준비하면서, 이때도 꽤나 고생하면서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정책과 제도를 입안하여 사회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일념으로 공부했습니다.

 

고시촌 내에서 2차 과목은 상위권 성적까지 끌어올렸습니다.(그 당시에 2차 과목 과외를 했고, 가르쳤던 과외생들은 합격... 게다가 저랑 같은 시기...) 결국엔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복학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게 딱 2년만 공부하고 더 이상 하지 않았다는 점..

 

사실 빨리 그만둔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고시 준비를 시작할 때 가졌던 제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사무관은 사회 변화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어떤 충격으로 변화해 가는 사회가 흔들리지 않도록 정책과 제도로 뒷받침해 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사회 변화를 이끄는 그 어떤 충격의 대부분은 기술 발전이었고, 최근에 그 어떤 충격은 IT 기술이었습니다. 아마도 다음 충격은 기초/응용과학 분야에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약 2년간의 고시생 경험은 사회 변화는 민간이, 뒷받침은 공공이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생긴 경험이었습니다.

 

 

 

졸업 그리고 컨설턴트

 

행정고시를 그만두고, 다시 학교에 복학하여 남은 학기를 마무리하고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일반 공채 준비를 하면서 지인 소개를 통해 IT 컨설턴트로 일하게 되었고, 현재는 데이터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비공식 경력까지 벌써 약 4년 정도 되네요...)

 

사실 공채 준비를 하면서 개발자 취업도 준비했습니다. 결국엔 개발자로 취업은 하지 않았지만, 지금 일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학부시절 스타트업 빌딩 경험이랑 지인 소개로 일했던 비공식 경력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꿈 CTO

저는 일하면서 백엔드 개발과 데이터 엔지니어링이 가능한 기획자라는 꿈이 생겼습니다. 이 때문에, 극악의 워라밸 속에서도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꾸준히 개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 공부시간이 단 10분 일지라도요.

 

CTO라고 불리는 'C 레벨 IT쟁이'의 핵심 역량은 전략적 사고와 기술적 이해

 

힘들지만 또 다행이게도, 업계 특성상 다양한 전략적 사고를 배울 수 있습니다. 감히 제 연차에서 만나기 힘든 사장이나 임원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고, 데이터 분석이나 아키텍처 스택을 활용하여 그들의 비즈니스 문제 해결을 도왔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그들의 인사이트나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기회

 

제 목표를 위해 꾸준한 기술 공부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정리해서 기록한 적은 없고, 간단하게만 정리하며 공부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배운 지식을 다시 한번 곱씹으며 글로 정리하는 기회를 갖고 싶습니다. 이런 기회가 제게 성장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시점에서 제 가장 큰 고민이 'Learning Curve가 꺾이고 있다'라는 점인데,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매우 좋은 기회라고 확신합니다.

 

 

 


 

 

마무리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제 인생을 가만히 되돌아보며 반추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시간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그동안 자신을 돌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긴 글을 써내려 오면서 문장도 잘 안 써지고 비문도 많아 부끄럽지만, 글또 활동을 통해 타인이 보기에 도움이 되는 글들을 매끄럽게 써 내려가고 싶네요.

 

이만 마칩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모두 행복한 꿈 꾸는 새벽이 되길 바랍니다.